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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 소리/성명서 및 논평

임차상인의 생존기반인 상가권리금을 언제까지고 건물주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임차상인의 생존기반인 상가권리금을 언제까지고 건물주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상가권리금보호 특별법에 대한 <토지정의> 논평

 

지난 123일 새벽 7시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중화요리집 신신원에 강제집행이 시도되었지만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전국상가세입자협회)과 여러 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두 번째 강제집행을 막았다.

 

용산참사의 현재진행형, 신신원

 

여러 시민단체들이 신신원에 대한 강제집행을 함께 막는 이유는 신신원의 상황이 용산참사의 상황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는 재개발로 인해 권리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경우이지만 신신원의 경우는 권리금이 버젓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임차상인 사이의 양도양수를 막아 권리금을 임대인이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신신원 신금수 사장은 1995년 이전의 상가세입자에게 권리금 13500만원을 주고 상권이 좋은 종로구청 인근에 가게를 열었다. 십수년간 억척스레 영업을 하면서 이제는 종로구청 주변에서 꽤나 알려진 중화요리집이 되었다. 하지만 신 사장이 세들어 있는 건물의 주인은 20121031일 신 사장에게 '제소 전 화해조서'를 내밀었다. 보증금 6500만원에 월임대료 320만원처럼 현행 유지를 하면서 1년간만 영업하고 조건 없이 가게를 비우거나 보증금 1억원에 월임대료 650만원으로 올리는 새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하는 내용이다.

 

신 사장은 그러한 조건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1년만 영업을 더하고 가게를 비우는 것으로 화해조서에 서명을 하였다. 제소 전 화해조서를 마지못해 쓰고도 불리한 조건에 동의할 수 없었던 신 사장은 양도양수 후 가게를 빼고, 자신이 가게를 열면서 지불했던 권리금을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가게를 양도양수 할 경우, 월임대료 700만원에 상가세입자를 맞춰 놓고 양도양수할 것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주변시세에 두 배가 넘는 월임대료 700만원에 가게를 양수하고자 하는 상가세입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권리금 보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건물주가 신신원 사장이 가게를 양도양수 할 수 없도록 차단해 버린 이유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권리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신신원의 주변 시세를 반영한 권리금은 무려 2억 원을 상회한다. 건물주가 상가세입자 간에 거래되는 권리금을 가로채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존 상가세입자를 내쫓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다음 상가세입자에게서 권리금을 받거나, 다음 세입자를 받을 때 권리금이 없다는 조건을 내세우면 더 많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신신원이 임차해있는 건물의 주인은 두 차례나 자신의 동생을 내세워 다른 가게의 권리금을 가져간 사실이 있다고 한다.

 

지난 116일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러한 권리금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상가권리금보호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권리금 보장을 위해 권리금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임차상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건물주의 관행을 막는 것이다. 법안은 임차상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거나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1년 이내에 건물주가 직접 기존 임차상인과 동일한 영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토록 했다.

 

물론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권리금 보호법은 복잡한 권리금 관련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재개발재건축 등 권리금이 상실되는 상황 등은 아직 법안에 담지는 못했지만 권리금을 법적 실체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난마처럼 얽혀 있는 권리금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 붕괴로 인한 생존의 위기와 생존의 터전인 영업공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보증금을 상회하는 거액의 권리금이 안정적으로 거래될 수 있다면 임차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영업을 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국회는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권리금보호 특별법을 조속히 논의하여 입법화시키길 바란다. 언제까지 상가권리금 문제를 건물주의 선의에만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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