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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 소리/성명서 및 논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임차상인을 보호하기에는 구멍이 너무 크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임차상인을 보호하기에는 구멍이 너무 크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 의결에 대한 <토지정의> 논평

 

7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여 본회의로 넘겼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임대차 계약 갱신거절 사유를 건물의 노후안전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기타 다른 법에 의해 철거재건축이 필요한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였으며 계약 시 임대인에게 철거 또는 재건축에 대한 사전고지 의무를 부여하였다. 그리고 환산보증금 3억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간 인정하는 등 법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

 

<토지정의>는 먼저 대립적인 정국 상황에서 여야 협의를 이루기 위해 애쓴 법사위 국회의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하지만 오늘 법사위에서 의결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국회는 이렇게 구멍이 뚫린 개정안으로는 여전히 수많은 임차상인들이 건물주의 임대료 폭탄과 계약갱신 거부로 인해 단기간에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보완뿐 아니라 권리금 제도화 방안에 대해서도 입법화할 것을 <토지정의>는 촉구하는 바이다.

 

의미 있는 진전, 재건축 사전고지 의무화와 재건축 사유 제한

 

이번 개정안 중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예외조항(1017)을 일부 엄격히 제한하여 임대인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계약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상호간 정보의 정확성이지만 지금까지의 임대차계약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물주는 5년 이상 영업하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계약을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임차인에게 재건축 할테니 계약갱신 연장은 없다고 해도 전혀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 조항을 악용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 내에 있던 수많은 임차상인들이 영업을 시작한지 1-2년 만에 빈손으로 내쫓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앞으로는 환산보증금 3억 이하(서울 기준) 임차상인들은 건물주가 언제 재건축을 할 예정인지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예상치 못하게 쫓겨나는 경우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사전 고지가 없는 경우에도 건물의 노후·훼손 명목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아무런 보상 없이 내쫓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보상방안이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항력과 차임증가율 제한이 없는 계약갱신요구권은 실효성이 없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대항력과 차임증가율 제한이 없는 계약갱신요구권 부분이다. 금액에 상관없이 임차상인에게 최소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차임증가율의 상한이 없기 때문에 임대인이 계약갱신 연장을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임대료를 대폭 올려 임차인을 압박할 수 있다. 개정안 102에 근거해 임차인이 소송을 한다 해도 적정인상률에 대한 논란으로 임차인의 확실한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다.

 

또한 임차상인이 예상치 못하게 일찍 쫓겨나는 상당수의 사례는 임대인이 건물을 팔고 새로운 임대인으로 바뀌었을 때 발생한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갱신요구권은 5년을 보장하였지만 새로운 임대인에게 기존 계약의 효력이 이전될 수 있도록 하는 대항력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대인이 바뀔 시 내쫓기는 수많은 피해상인들은 여전히 보호받을 수 없다. 애시당초 법 적용범위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적용범위를 확대했어야 할 문제를 계약갱신요구권만 따로 떼어내 법을 개정하다 보니 매우 기형적인 법이 나오고 말았다.

 

9월 정기국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보완과 권리금 제도화 방안 마련하라

 

피해상인들이 요청했던 안은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 적용범위 내에 있는 상인들의 보호를 위해 재건축 사유 제한 및 사전고지, 두 번째, 적용범위 밖에 있는 상인들의 보호를 위해 적용범위 전면 폐지, 세 번째, 안정적인 영업기간 보장을 위해 계약갱신기간 10년 보장이었다. 이번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내용이지만 두 번째도 실효성이 매우 약하며 계약갱신기간 10년 보장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는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한국 자영업 현실에서는 계약갱신기간이 최소 10년은 보장되어야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는 법 적용범위 조항 폐지와 계약갱신기간 10년 보장을 포함한 개정안을 논의해 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또한 용산참사의 핵심문제였던 권리금 문제 역시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았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보완과 권리금 제도화 입법화에 대해 적극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

 

이번 개정안은 생업을 뒤로 하면서까지 상인들이 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읍소를 하고 거리로 나가 기자회견과 일인시위를 하며 보냈던 시간을 보상받기에는 너무도 많이 미흡하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는 수천, 수억을 들여 시작한 영업공간에서 초기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채 1-2년 만에 쫓겨나는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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