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금요일 용산참사 4주기 부산추모위원회에서 주최한 ‘토지공개념과 주거권에 관한 집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조성찬 박사님(토지+자유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운영위원)과 성승현 연구원(토지+자유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저녁 7시 집담회에 참석하기 전에 먼저 보조발제를 맡은 대연-우암공동체를 방문했습니다. 저희를 기다리시느라 점심식사시간을 1시간 늦추어주시는 친절함과 마을주민께서 직접 잡아오신 생선과 찌개의 싱싱함이 대연-우암공동체의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소일거리와 재미난 일들이 진행되는 마을회관은 마을에 계신 어르신들이 모이는 마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둘러보면서 부산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주위 풍경과 꼭대기에 있는 마을공원을 보면서 그동안 주민들이 마을에 들였던 정성이 느껴져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내었습니다. 마을 초입에 심기워진 벚꽃나무와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공원은 봄이 되면 관광지로 홍보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일 것 같습니다. 나중에 부산에 사시는 분들이나 부산에 다녀오실 분들은 대연우암공동체를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해서 한겨레에서 퍼왔습니다. 그래서 여름 사진이구요. 부산의 북항이 보이는 전경입니다)
봄이 되면 다시 오고 싶을만한 대연-우암공동체는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대연-우암공동체는 사유지에 있는 무허가 건물들로 이루어진 마을입니다. 30년 전부터 산림청과 국방부 소유의 국유지 산꼭대기에 살아왔던 대연-우암공동체는 산림청과 국방부 소유의 땅이 부산외국어대로 팔리면서 철거의 위기에 놓였었고 부산외국어대와의 농성 및 협상을 통해 철거의 위기를 벗어나 현재 53세대 100여 명의 공동체를 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외대 캠퍼스 이전 계획이 들리면서 캠퍼스 이전 시 토지소유주가 바뀔 때 다시 한번 대연-우암공동체에 대한 철거의 위협이 다가올지 모릅니다.
사유지에 무허가건물을 지어 살고 있기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유지라면 마을공원을 이용한 위탁경영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면서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터인데 사유지라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어느 공동체보다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는 대연-우암공동체는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공동체를 지켜나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이 들었습니다.
집담회 시간이 되어 대연-우암공동체를 나와 집담회 장소로 가서 부산의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 중 하나인 만덕5지구와 대연-우암공동체 사례발표를 듣고 조성찬 박사님이 ‘토지정의의 관점에서 본 용산참사의 근본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 발제를 하였습니다. 2시간 30분을 꽉 채운 알찬 집담회 시간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면서 한아름 숙제를 안고 가는 마음이었습니다.
부산에서는 서울의 무허가마을공동체들과 재개발 현장과는 또 다른 상황들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서는 국유지 위에 있는 무허가 점유 공동체의 어려움과 재개발 지역 내 상가세입자들의 어려움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부산의 만덕5지구의 경우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의 소규모토지와 건물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들의 어려운 상황이 문제가 되고 있고 대연-우암공동체 역시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 위에 있는 무허가 건물이라 해법이 더욱 복잡한 상황입니다.
모두가 상생하는 도시재생의 방법은 없을까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구요. 새해부터 시작하는 ‘상생하는 도시재생 해법찾기’ 프로젝트를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도시재생 문제는 도무지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이 복잡해 보이지만 엉킨 실타래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 차근차근 풀기 시작하면 풀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실마리를 잡아봅니다. ‘상생하는 도시재생 해법’을 찾아가는데 많은 격려와 지지 부탁드립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팀장 이성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