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작은책 10월 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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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에 울고 웃는 사람들
이성영/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팀장
지난 7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 주택 단기양도 세율 인하,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였습니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자(실제 거주 혹은 실제 사용 목적이 아닌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들)들이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1가구 다주택자들에게 부동산 매매 차익의 50퍼센트(1가구 2주택 소유자), 60퍼센트(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를 양도소득세로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부동산 시세 차익을 세금을 통해 상당 부분을 환수해야 한다면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의욕이 약해지기 마련이지요. 이러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부동산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참여정부 시절(2004년)에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폐지된다면?
이러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폐지되면 다주택 소유자들은 보유한 주택을 팔 때 일반 세율인 6~38퍼센트만 양도소득세로 내게 됩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의하면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은 50퍼센트에서 40퍼센트로 인하되고, 1년 이상 2년 미만이면 일반 세율로 과세됩니다. 매매차익의 60퍼센트까지 중과되었던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도 폐지되고, 장기 보유 특별 공제도 최대 30퍼센트까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서울과 수원에 주택을 세 채 가지고 있는 박 여사가 수원에 있는 주택 한 채를 판다고 칩시다. 2002년 1억 5천만 원에 매입했던 아파트의 2012년 현재 시세는 5억 원입니다. 양도차익 3억 5000만 원에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중과세율 60퍼센트를 적용하면 2억 1000만 원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폐지된다면 기본세율 38퍼센트가 적용되어 1억 910만 원으로 반 정도로 납부 세액이 줄어듭니다.
김 사장은 고향인 경북 포항에 6000제곱미터의 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1990년 3천만 원에 매입한 땅은 현재 시세 4억 원으로 올라 양도 차익 3억 7000만 원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중과 를 적용한다면 납부세액은 양도 차액의 60퍼센트인 2억 22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따라 기본 세율 38퍼센트에 장기 보유 특별 공제 30퍼센트를 적용하면 약 8200만 원의 양도소득세만 내면 됩니다. 납부할 세금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이와 같이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폐지된다면 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세 차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 제도를 폐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더 많은 시세 차익을 보장해 줌으로써 부동산 시장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시장을 활성화 시켜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복권 당첨 시 금액이 높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복권을 사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런데 정책의 효과 측면을 검토해 보면 양도세 중과 폐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도세 중과 제도는 미국의 부동산발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유예 상태입니다. 즉, 현재도 부동산 거래 시 양도세 중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면 유예 기간이 시작되었던 2009년에 이미 활성화되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이유는 양도세 중과 제도 때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령화와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 전반적인 경제 침체, 부동산 가격의 거품 등으로 인해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시세 차익을 보장해 주는 정책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책적 효과가 미미한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 소득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는 보유세, 개발 이익 환수제도 등이 매우 미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을 통해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정보가 퍼지기 시작한다면 삽시간에 전 국토가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장’이 될 것입니다. 지난 역사에서 몇 차례나 본 적이 있는 일이지요.
부동산 시장은 매우 유동적이어서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투기의 발화점이 시작될지 알 수 없습니다. 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다시 재발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부동산 투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들을 잘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경기 부양을 위해 양도세를 감면하여 부동산 매매 차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폈던 것이 참여정부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는지 기억해 보시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발전하고 선진국형 경제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같이 투기 심리를 부추겨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도입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이미 시효가 끝난 방법입니다. 이제는 시세 차익을 통해 토지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투기적 가수요자가 아닌 실수요자․사용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토지 가치의 상승분을 환수할 수 있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이익 환수 제도를 강화하여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해 복지 및 기본 소득의 재원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토지 공공 임대 방식에 기반한 재개발 정책 등을 도입해야 합니다.
토지를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 생존의 토대’라는 인식에 기반한 부동산 정책이 도입되어 거주의 문제로, 생존의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날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