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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및 연구 아카이브/역사

땅 위의 삶에 자를 대고 긋는 폭력적 재개발, 그 안에 조선총독부의 얼굴이 있다

2009년 용산참사로 남편을 잃고 서울 북아현동 낡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유영숙씨(53)는 하루 종일 인근 공사장의 건설기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유씨의 셋집은 ‘북아현재정비촉진지구’에 속해 있어 언제 헐릴지 모르는 상태다. 이미 지구 일부에서는 재개발 공사가 시작됐다. 유씨는 “ ‘여길 떠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강원 춘천에서 30여년 전 상경한 유씨 부부에게 서울은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았다. 1991년 길음동, 2007년 순화동의 정든 터전에서 밀려난 것도 모두 재개발이 원인이었다. 재개발은 집 근처에 조그만 가게를 얻어 음식점을 운영한 유씨 부부에게서 생계수단까지 한꺼번에 앗아가 버렸다. 급기야 순화동 가게 철거 후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던 남편은 용산 철거민과 공동투쟁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유씨는 재개발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셈이다. 

유씨의 비극은 1990년대 달동네에 대한 재개발 광풍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식민지 조선 땅을 폭력적으로 재편한 일제 조선총독부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1022150325&code=21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