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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 아카이브(Archives)/도서 창고

돈만 아는 저질들에게 우리의 노는 꼴을 보여주자!

 

토지정의 3월의 책 - 매력만점 철거농성장

 

돈만 아는 저질들에게 우리의 노는 꼴을 보여주자! 

 

무지막지한 전면 철거형 재개발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부류는 상가세입자들입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3개월분의 영업손실보상금만 받고 나가야 합니다. 용산참사 이후 변한 것이라고는 3개월분 영업손실보상금이 4개월분으로 바뀐 것이지요.

 

인테리어비용, 권리금 등 수억 단위를 들여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보상받은 영업손실보상금 4개월 분으로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대한민국 어디에 가도 동일한 규모로 다시 영업을 재개하기가 어렵습니다. 반은커녕 반의 반 규모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목숨 외에는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상가세입자들이 망루에 올라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입니다.

 

용산참사 이후로도 여전히 상가세입자들의 어려움은 동일합니다. 법이 보장하지 못하는 상가세입자의 권리는 개별적으로 투쟁을 통해 얻어 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협박의 두려움과 오랜 투쟁의 고통으로 인해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이사비용 정도만 받고 떠나고 맙니다.

 

용산참사 이후로 드문드문 협상의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상가세입자들은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드문드문 들리는 협상의 소식도 추후의 선례가 남는 것이 두려운 건설사들의 압력으로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홍대 두리반의 사례를 정리한 매력만점 철거농성장에는 투쟁의 시작에서 협상의 타결까지의 시간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있습니다. 투쟁과 협상의 교본으로 삼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상가세입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기에 계속해서 개별 투쟁을 하여 협상을 해 나가야 하는 상가임차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매력만점 철거농성장의 두 번째 매력은 비장하고 엄숙한 투쟁이 아니라 유쾌하고 발랄한 투쟁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2000여명을 모았던 두리반 51+ 뉴타운컬쳐파티, 매주 열렸던 칼국수 음악회, 하늘지붕 음악회 등 문화, 공연을 결합한 두리반 투쟁은 가히 투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만점 철거농성장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칼국수집 두리반의 주인인 유채림 작가가 펼쳐 놓는 언어의 향연 속에서 웃음과 감동, 슬픔과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하고 힘들었을 두리반의 531일간의 투쟁이 해피엔딩으로 끝나 기쁘게 책을 덮지만 여전히 농성 중에 있는 상가세입자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무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길 바랍니다토지정의 3월의 도서 매력만점 철거농성장을 추천합니다!

 

 

 

두리반의 권리를 위한 투쟁! 

유채림 펑크록 『매력만점 철거농성장』. 동교동 삼거리 일대 재개발을 둘러싼 공권력과 거대 기업의 합작 때문에 삶의 터전과 생존권마저 사지에 내몰린 어느 칼국수집의 농성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어쩌다 철거민이 되어버린 저자가 531일 동안 시민과 문화ㆍ예술가(활동가)들과 모여 연대한 새로운 형태의 농성 방식과 그 기록들을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냈다. 

용역깡패와 기업의 외압, 국가기관의 냉소와 무관심으로 농성을 시작한 지 531일, 전기가 끊긴 지 324일 만에 협상 타결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돌아보면 참담했고, 한없이 고마웠고, 가없이 그립고, 실성하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는 나날이었던 두리반의 시간과 공간, 인물들과 사건들을 충실히 기록해 나가며 어느 한 가족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과 국가 폭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서민과 법의 보호에서도 멀어져있는 우리 사회의 생존권 존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자 한다.